2006년 10월 15일
간만에 여유..
이제 시험 하나 끝났을 뿐인데...이번주는 모처럼만에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좋네요. 그래봐야 다음주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바쁘다고 엄살부릴게 뻔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토요일 오후, 유유자적하게 보낼 수 있어 즐겁군요.

심심해서 Google Earth를 이용해서 우리 동네 모습을 위성에서 한번 찍어봤습니다. 사진이 흐릿하긴 하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쳐다본 우리집, 학교, 그리고 헌츠빌 시내 모습...땅위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군요... 일상의 온갖 번잡함과 분주함까지 잡아내지는 못해서일까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은 껍질뿐이나마 평화로운 모습이네요...늘 보던 건물들, 도로들, 나무들 하나 하나 새삼스럽군요.



제가 사는 아파트의 모습입니다. 지금 집사람은 저 지붕 아래서 저를 기다리며 밥이며 국이며 끓이고 있겠죠?



방향을 틀고 각도를 약간 낮추어서 우리 아파트를 들여다 볼 시도를 해봤습니다. 집사람 얼굴이라도 나올까 해서...역시, 무료 프로그램의 한계는 여기까지군요. 어서 빨리 프로로 전향을 해야 하나...



샘휴스턴 주립대학의 일부입니다. 제 사무실이 있는 건물, CJ건물, 그리고 도서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이는 군요. 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들이죠. 대학 다닐 때 진작에 집, 학교, 도서관만을 다녔어야 하는 건데...늦은 나이에 이젠 좀 피해 다녀야 할 곳들이 분명한 저곳에서 전 여전히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를 가늠해 보기 위해 한번 한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이 좁은 반경안에 저의 모든 생활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는 하군요. 텍사스 땅은 한 없이 넓기만 넓은데, 그보다 미국 땅은 더더욱 넓고도 넓고요...Google Earth 첫 화면의 조그만 지구가 생각나네요. 거기서 찾아 찾아 들어간 그 좁디 좁은 반경 속...그곳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라니...아, 빠른 시일 내 탈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텐데...

흠, 그럴려면, 먼저 여유만만 관조자의 입장에서 똥줄타는 플레이어의 입장으로, 상상의 나래를 얼른 접고 현실로 돌아와야겠군요. 토요일 오후 한 때 즐거웠던 구글 여행,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이시간까지 여러분 안녕!!!

by 살찌니 | 2006/10/15 08:39 | 내맘대로인 하루 | 트랙백(9) | 덧글(19)
2006년 08월 18일
파고를 떠나며...
14일, 짐을 트럭에 싣고, 아파트 관리인에게 그간 살던 집의 열쇠를 돌려 주고, 정든 이웃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정녕 파고라는 곳을 훌쩍 떠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이틀 간의 길고도 지루한 여행 중에도 설마 이것은 잠깐 쉬었다 오는 짤막한 휴가일 뿐이리라 생각했습니다.  파고 다운타운, 그 고색찬연한 찻집 하나, 가로수 하나, 보도 블록 하나 하나에조차 사실은 따뜻한 손길 한번 제대로 줘 본 적 없이 무심히 돌아 섰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열사의 땅, 텍사스 그 어드메를 헤매고 있을 때였습니다.

1년이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많았나 봅니다.  파고를 출발해서 29번을 타고 사우스 다코다, 네브라스카와 아이오와의 경계선을 따라 캔사스를 지나고 하룻밤을 묵고 다시 35번을 따라 오클라호마를 거쳐 달라스를 지나 45번을 타고 남부 텍사스에 들어오기까지 근 20여 시간에 이르는 운전 내내 지난 일년간의 크고 작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차창 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미국 땅, 그 어느 곳의 어떤 인연보다 귀한 연줄로 만났음에 틀림없는 한 없이 좋은 사람들, 그분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들, 그 소중한 시간들이 있었던 만큼 새로이 터전을 잡아야할 이곳에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비롯해 집사람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는 여러분의 염려와 기도 덕분에 건강하게 잘 내려 왔습니다.  저녁 아홉시 경 도착한 이곳은 생각보다 많이 척박하고 무덥기만 합니다. 만일 이곳이 내가 반드시 머물러야 할 그런 곳이 아니라면, 텍사스를 종단 하는 45번 고속도로가 불과 80여마일 떨어진 휴스턴이 종착역이 아니라면, 지난 이틀간의 여행동안 스쳐가듯 지나온 셀 수 없으리만치 많은 동네들, 그 중 어디 한 곳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쳐버렸으면 할 정도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척박하고 무덥습니다. 

산길을 꼬불꼬불 돌아 찾아온 친구집은 간간이 에어컨이 돌아가 바깥 열기를 조금은 식혀주긴 하지만 아무렇게나 자라있는 잔디와 방안 아무데나 마음대로 나돌아 다니는 벌레들로 더욱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술을 한잔 했습니다. 여행의 노독도 풀겸, 10여년 만에 만나는 친구와 못다한 얘기들로 밤을 꼬박 새고 싶어서...한가지, 파고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것이 여기에 있더군요.  그녀석 집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쏟아질듯한 별들...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한 밤하늘은 어둡긴 하나, 이런 뜻하지 않았던 멋을 선사하더군요.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나 할까요...이래서, 사람은 가끔 하늘을 쳐다봐야 한다고 했나요, 아니, 가끔 술을 마셔야 한다고 했나요. 

내일은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갈 것 같네요. 아침에 인터내셔널 오피스에 신고도 해야하고 새로 들어가서 살아야 할 집 확인도 해야하고, 이것 저것 새로운 곳의 지리도 익혀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이자리를 빌어서 파고에서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니, 저를 알던 모든 분들께 축복을 드립니다.  여러분, 저 여기까지 잘 왔습니다.  비록 척박하고 무덥긴 한 곳이지만, 지천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잡초처럼, 벌레처럼, 무더운 기후와 척박한 지형을 이겨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저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들처럼, 이다음엔 더 반짝이는 모습으로 서로 만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며칠 또 인터넷에 접속이 어렵겠군요. 그럼, 안녕히들 계세요. 

by 살찌니 | 2006/08/18 11:36 | 트랙백(2) | 덧글(3)
2006년 08월 08일
휴가 잘 보내시고 계신가요?


한참 휴가철이겠군요...물론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휴가고 뭐고 생각조차 하기 힘든 분들도 있겠지만...그래도 많은 분들이 지금쯤 휴가를 갔다왔거나 휴가 중이거나 앞으로 갈 계획들을 세우고 나름대로 여유를 즐기고 있겠지요.

저야 물론 에브리데이 할러데이라.,, 텍사스로 이사갈 준비를 빼놓고는 대부분 한가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열사의 땅 텍사스에서 버텨낼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 테니스도 열심히 치고 있고, 짬짬이 틈내서 낚시도 다니고 좋은 영화도 보고 간간이 동네 문화행사에도 참석하고 나름대로 보람찬 여름을 보내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가까운 호수가로 낚시를 갔는데 마침 그 전날 비가 와서인지 물고기들이 잘 잡히더군요. 많은 물고기들을 잡으면서 오랜만에 제대로 손맛을 느껴봤다고나 할까요. 묵직하게 낚시줄을 당기는 녀석들과 몇시간 씨름하며 눈앞에 작은 미끼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지 하며 제법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하늘도 바라보고 땅도 바라보고 그렇게 여유를 즐기다 왔습니다.

가족들 데리고 서너시간 정도 낚시대 드리우고 한 삼십마리 정도 그것도 족히 30센티는 훨씬 넘는 녀석들로 가져간 아이스박스에 가득 잡아 왔으니...(대부분 화이트 베스 종으로 살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구이해먹으면 그런대로 맛은 있더군요)...동네 아는 사람들 몇마리씩 나눠주고도 이사 갈 때까지 질리도록 생선구이 해 먹을 수 있는 정도는 되겠더라구요. 원래 생선을 좋아하는 데다 그동안 비싸서 못 사 먹던 생선이라 떠나기 전에 원없이 맛 봐야겠다 생각하고 곱게 손질해서 냉장고에 재어 두었습니다. 이걸로 앞으로의 일주일 간의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습니다.

노스다코다에서의 생활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군요. 그동안 1년 정도 버티면서 그래도 많은 정이 든 곳이었는데...파고의 아름다운 여름과 친절한 사람들 그간 정들었던 거리, 거리들...새로운 곳에 적응 할 때 까지는 많이도 생각 날 것 같더군요...오늘은 애들 수영장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일부러 다운타운 쪽에 차를 세워두고 거리를 한번 걸어봤습니다. 늘 그저 스치듯 무심코 지나치던 그곳이지만 떠난다고 생각하니 한번 정도는 다시 봐둬야겠다는 생각에... 어디든 그러하겠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길가에 찻집 하나, 가로수 한그루, 보도 블록 하나 하나까지 새삼스레 정겹게 보이더군요...차마, 발길을 돌려 떠날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로...

이제 짐은 일주일간의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박스에 넣어서 정리가 끝났고, 새로 들어갈 집에 필요한 서류일절도 모두 보냈고, 여기서 사용하던 인터넷이며 케이블 티비며 전기 등도 이제 그만이라는 연락도 마친 상태이며 남은 것은 아파트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학교 교수들과 동료들, 그리고 지인들에게 작별 인사하고 떠날 일만 남았지 싶습니다. 실, 이곳에 작년에 처음 발을 디딜 때만 해도 렇게 쉽게 떠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남겨 두고 가는 곳에 대한 미련도 그리 녹녹치만은 아닌 것 같군요...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뭐, 늘 그렇듯이 또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떠나가는 것이 인생사이겠거니 하고 살아야겠지요.

휴가들 잘 보내시고....건강한 여름 되시길!

by 살찌니 | 2006/08/08 16:02 | 내맘대로인 하루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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