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05일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영화 이야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는 2차 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향하는 프레드와 앨, 그리고 호머라는 세명의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전쟁의 참혹함에서 살아남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들의 귀향은 '그들 생애 최고의 해'로의 감격에 찬 출발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해서 '우리 생애 최고의 해'는 마냥 순조롭게 펼쳐지는 것일까.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세사람의 길고도 힘겨운 그러나, 행복한 결말을 맞는 '복귀'로의 여정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는 첫 도입부부터 그들의 귀향은 그리고, 일상으로 복귀는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항 매표소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표를 구하던 전쟁 영웅, 프레드에게 돌아온 대답은 '좌석이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옆에 서 있는 노신사는 비서를 통해 미리 예약 해둔 표를 끊고 초과된 짐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지갑을 꺼내 든다. 그가 잠시 떠나 있는 동안, 세상은 변했다. 세상은 예전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복잡해졌으며, 전쟁영웅인 프레드에게도 쉽사리 틈새를 허락하지 않는, 아니 그럴 수 없는, 팍팍한 곳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제 그는 전쟁터에서의 생존만큼이나 힘들어 보이는 '일상으로의 귀환'이라는 길고도 힘겨운 여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결국 프레드는 귀향길에도 군용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군대라는 곳이 그가 속한 곳인 듯 보인다.  다시금, 예전에 자신이 속해 있던 민간 세상으로의 복귀는 조금은 멀어 보인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군용기에서 프레드는 고향이 같은 육군 상사 앨과 사고로 양손을 모두 잃어버린 수병 호머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나이와 계급에 관계없이 전쟁과 동향이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쉽게 의기투합하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친구가 되어 세상으로의 복귀라는 길고도 힘겨운 길을 함께하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그들을 태운 군용기는 땅에 닿을 듯이 낮게 비행하며 변화된 세상을 보여준다. 그들과 세상은 이제 손을 내밀면 닿을 듯 가까이 있다. 그러나, 양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 벽이 엄연히 존재한다.  아직은 세상은 그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존재는 잊어버린채 그림처럼 펼쳐질 뿐이다.  그 유리벽 너머로 예전보다 부쩍 늘어난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들이 없는 사이에도 세상은 그렇게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향에 도착한 세사람은 다시 택시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다시 돌아온 고향땅은 모든 것이 변해있다.  야구경기장도 백화점도 소방서도 그리고, 중고자동차 영업소도 변했고 심지어 호머의 삼촌이 운영하는 선술집 "Butch Engle's"도 새로운 네온사인을 내 걸었다.  전장에서 끊임없는 죽음의 공포와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안고 돌아왔을 것이 틀림없는 세사람 앞에 이만큼 낯설어진 세상은 또다른 불안과 두려움을 던져 놓고 있는 것이었다.


세사람은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간다. 양손을 모두 잃은 호머는 가족과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윌마와 불안한 재회를 한다. 그러나, 그는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음을 느낀다. 가족들 역시 그의 장애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안절부절한다. 결국, 호머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가난과 보잘것 없는 직장으로 복귀한 프레드도 가족에게서 위안을 얻지 못한다. 참전 직전 결혼한 부인 마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그에게서 돈과 부유한 삶만을 원하고 있다. 그의 적은 월급으로는 그녀의 허영을 채워 줄 수가 없다. 두사람간의 갈등은 계속 깊어만 간다. 비교적 평탄한 가정으로 돌아간 앨 역시 거리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자식들은 이미 많이 자라버렸고, 헌신적인 부인과도 한동안은 서먹함을 떨쳐버릴 수가없다. 그들 앞에는 이제 다시 일상으로의 무사귀환이라는 불안하고 두렵고 그리고 힘겹기만 한 과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전후 참전용사들의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피할 수 없는 사회문제를 프레드, 앨, 호머 이 세사람이 처한 문제들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당시 시대적 바램 덕분이었던지, 할리우드 영화의 벗어날 수 없는 한계 때문이었던지, 아니면 전후 막대한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미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세사람에게 다시 한번 '그들 생애의 최고의 해'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호머는 사랑하는 연인 윌마와의 결혼을 통해, 프레드는 새로 만난 연인, 페기와 사랑의 확인을 통해, 그리고 앨은 부인의 헌신적인 내조와 예전의 직장으로의 성공적인 복귀를 통해 전쟁중에 잊고 살았던 '생애 최고의 해'를 다시 찾게 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는 제목 그대로 영화의 제작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해'를 선사했다.   제작자인 Samuel Goldwyn 에게는 최고 작품상으로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오스카를 거머 쥐게 했으며 감독인 William Wyler에게는 그의 생애 두번째 오스카를 안겨 주었고, 앨 역의 Fredric March 에게는 남우주연상을, 호머 역의 Harold Russell에게는 남우조연상의 명예를 안겨 줬다.  그밖에 이영화는 194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분에 후보로 올라 각본, 편집, 음악 등을 포함해 7개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며 말그대로 참여자들에게 '생애 최고의 해'를 구가했다.

* 호머 역의 Harold Russell은 실제로 기차사고로 양손을 모두 잃어버린 장애인이었으며, 이후 1980년 Inside Movies, 1997년 Dog Town 외에는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고, 그와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을 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는 2002년 1월, 8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 영화의 실질적인 주연이었던 프레드 역의 Dana Andrews는 당시 무명이었다는 이유로 남우주연상에 후보로 오르지 못했으며 대신 앨 역의 Fredric March 가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 내 생애 최고의 해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을까, 쟁취하고자 투쟁은 하고 있는 것일까...아니면,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한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것일까...


by 살찌니 | 2005/12/05 20:00 | 어설픈 영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catman.egloos.com/tb/100472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